빵을 냉장고에 두면 왜 더 빨리 굳을까

냉장고에 넣어 둔 빵이 상온에 둔 빵보다 더 빨리 딱딱하고 퍼석해지는 걸 겪고 나면, 빵 냉장고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빵이 상해서 그런 걸까. 짧게 답하면 굳음은 전분에서 일어나는 질감 변화이지 빵이 수분을 잃는 일이 아니고, 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속살의 문제다.
굳음은 단순히 마르는 게 아니다
굳은 빵을 그냥 마른 빵이라 여기기 쉽지만, 빵은 속에 수분을 넉넉히 품은 채로도 얼마든지 딱딱하고 뻣뻣해진다. 마르지 않았는데 굳었다면 대체 무엇이 굳은 걸까.
빵은 호화된 전분이 시간이 지나며 재결정화되는 노화 과정으로 굳어진다.1
빵이 상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전분이 천천히 더 단단하고 결정에 가까운 배열로 되돌아가는 질감의 변화다. 갓 구운 빵의 그 부드러운 속살은 애초에 누가 잡아 준 걸까.
밀 전분은 빵이 구워지며 대략 60~80도 사이에서 호화되어 속살 구조를 잡는다.2
오븐의 열이 그 전분을 부풀리고 굳혀 갓 잘랐을 때의 촉촉한 속살로 잡아 주는데, 재결정화란 식은 뒤 그 전분이 슬며시 단단한 배열 쪽으로 물러서는 과정을 가리킨다. 랩에 싸 둔 하루 지난 빵이 수분을 거의 잃지 않았는데도 딱딱해지는 것은 그 물러섬 탓이다.
설탕이 빵을 부드럽게 지키는 이유
굳음이 마르는 문제이기만 하다면 단 빵도 맨 빵처럼 굳어야 하는데, 브리오슈는 그렇지 않다. 차이는 설탕에 있다.
설탕은 흡습성이 있어 수분을 끌어당기고 붙잡아 구운 식품을 촉촉하게 유지한다.3
브리오슈나 우유식빵처럼 달고 리치한 빵이 담백한 바게트보다 부드러움을 오래 지니는 것도 설탕이 수분을 있어야 할 속살에 붙들어 두는 덕분이다. 보관에 대한 힌트도 여기서 나온다. 빵에 필요한 것은 속살을 부드럽게 지키는 일이지, 부패성 남은 음식처럼 다뤄지는 쪽이 아니다.
빵을 어디에 둘까
아래 단계가 지키려는 것은 노화에 밀리지 않는 속살, 곧 질감이다. 부패성 식품을 다스리는 식품 안전 지침과는 별개다.
- 하루 이틀 안에 먹을 빵은 종이봉투나 브레드박스에 담아 상온에 둔다. 많은 이가 냉장고보다 속살이 더 부드럽게 유지된다고 느끼는 방식이다.
- 곧 먹지 않을 빵은 미리 썰어 얼려 두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쓴다.
- 냉동실에 넣는 빵은 단단히 감싸, 찬 공기에 마르지 않게 한다.
- 언 조각은 냉동실에서 바로 데우거나 굽는다. 은은한 재가열이 속살을 다시 부드럽게 되돌리니, 굳었다고 버릴 일은 아니다.
- 자른 빵은 잘린 면을 아래로 두어 드러난 속살에서 수분이 달아나는 것을 늦춘다.
- 상온에서 더 오래 부드러운 빵을 원한다면 달고 리치한 빵을 고른다. 다음 날 아침에도 잼을 발라 그대로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