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과 젤라틴의 차이, 왜 하나만 입에서 녹을까

베리 소스와 과일을 곁들여 흰 접시에 담은 판나코타
사진: Mattia Marcassoli / Pexels (Pexels License)

젤라틴 대신 한천을 같은 양으로 넣었는데 디저트가 도무지 굳지 않는다. 한천 젤라틴 차이를 사소한 치환쯤으로 여겼다가 겪는 일이고, 둘 다 뜨거운 액체에서 출발해 식으면서 굳으니 바꿔 써도 되겠거니 싶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작 하나는 혀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지고, 다른 하나는 따뜻한 접시 위에서 모양을 지킨 채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 어느 쪽이 어느 쪽일까.

하나는 열을 견디고, 하나는 못 견딘다

해조류에서 뽑아낸 한천은 물에 풀어 끓였다가 식히면 제 힘으로 굳는데, 그렇게 한 번 굳어 버린 젤리를 도로 녹이려면 냄비를 어디까지 데워야 할까.

해조류에서 추출한 한천은 단단한 겔로 굳으며, 굳는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야 녹는다.1

덕분에 한천으로 굳힌 젤리는 따뜻한 뷔페 위에 한참 올려 두어도 무너지지 않고 처음 잘라 놓은 모서리를 그대로 지킨다. 젤라틴은 정반대 자리에 산다.

젤라틴은 체온 부근에서 녹아 디저트에 입안에서 녹는 질감을 준다.2

고민은 여기서 하나로 줄어들어, 겔이 어디서 무너져 주기를 바라는지만 정하면 되는데 혀 위에서 녹아야 하면 젤라틴을 집고 더운 방을 견뎌야 하면 한천을 집는다. 같은 잣대가 선반에 놓인 더 새로운 가루들에도 그대로 통한다.

선반에는 둘만 있지 않다

한천과 젤라틴이 양 끝을 잡고 있어도 그 사이가 비어 있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이 젤란검을 굳이 따로 사 두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젤란검은 존재하는 칼슘과 염에 따라 단단하고 부서지는 것부터 부드러운 것까지 다양한 겔을 형성한다.3

굳은 겔이 필요 없는 날도 있다. 소스가 숟가락에 조금 더 무겁게 얹히고 가라앉을 것들이 뜬 채로 버텨 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잔탄검은 낮은 농도에서 액체를 걸쭉하게 하고 넓은 온도와 pH 범위에서 점도를 유지한다.4

결국 선반 위의 가루들은 한 줄로 이어진 눈금에 가까워서, 열을 견디는 단단한 굳음에서 시작해 부드럽게 녹는 굳음을 지나 그저 걸쭉해진 액체까지 닿는다. 만들려는 질감을 먼저 정하면 눈금 어디를 짚어야 할지도 함께 정해진다.

무엇을 언제 집을까

고르기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데, 낼 때의 온도와 입에서 바라는 느낌 이 둘만 먼저 정해 두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

이 글의 근거
  1. 1. 한천: 열에 강한 겔
  2. 2. 젤라틴은 입안에서 녹는다
  3. 3. 젤란검: 단단한 겔부터 부드러운 겔까지
  4. 4. 잔탄검: 안정적인 증점제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