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갈변 막는 법, 왜 레몬즙과 데치기가 통할까

도시락에 넣으려고 아침에 썰어 둔 사과를 점심때 뚜껑을 열어 확인해 보면, 자른 면이 어김없이 벌겋게 지쳐 있다. 맛은 여전히 멀쩡한데 보기에만 그렇다. 자른 감자도 썬 배도 똑같은 일을 겪는데, 사과 갈변 막는 법으로 흔히 도는 두 수인 레몬즙 한 번 짜 넣기와 끓는 물에 잠깐 담그기는 왜 통하는 걸까.
공기를 만난 효소
사과가 마르거나 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칼이 과일을 갈라 공기에 열어젖히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시작된다.
자른 사과와 감자가 갈변하는 것은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페놀류를 산소와 반응시키기 때문이다.1
이 반응에는 효소와 과일에 이미 든 페놀류, 그리고 공기 속 산소가 한꺼번에 있어야 하는데, 재료가 셋이라는 말은 끼어들 자리도 셋이라는 뜻이다. 하나만 빼도 갈변은 느려지거나 멈추는데, 레몬즙이 노리는 자리는 어느 쪽일까.
레몬즙 같은 산은 pH를 효소의 최적치 아래로 낮춰 효소적 갈변을 늦춘다.2
레몬즙은 효소를 없애지 않고 효소가 일하기 좋은 조건을 흐트러뜨리는 쪽이라, 사과의 아삭함은 그대로 두고 반응만 늦춘다. 열은 더 거칠고 직접적인 길로 간다.
채소를 끓는 물에 데치면 이취와 변색을 일으킬 효소가 불활성화된다.3
잠깐의 데치기는 효소의 주변이 아니라 효소 자체를 건드려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꺼 버리니, 조리된 질감을 감수할 수 있는 요리라면 이쪽이 더 오래간다. 다만 열은 과일을 무르게 하니, 아삭함이 살아 있어야 할 조각보다 파이나 소스로 갈 사과에 어울린다. 생사과 조각에는 아삭함을 건드리지 않는 순한 산 쪽이 대개 맞다.
조각을 맑게 지키기
아래 단계는 모두 반응에 필요한 세 가지로 돌아가 그중 하나를 덜어 낸다. 어느 쪽을 덜어 내는지만 짚으면 고르기도 쉬워진다.
- 자른 사과에 레몬이나 다른 감귤즙을 조금 버무려 표면을 산성으로 만든다.
- 조각을 물 담은 그릇에 넣어, 기다리는 동안 공기와 닿는 면을 줄인다.
- 그 물에 레몬을 조금 짜 넣으면 두 효과를 한 번에 얻는다.
- 더 오래 두려면 조각을 끓는 물에 잠깐 데친 뒤 식힌다. 그만큼 물러지는 질감은 감수하는 대신, 파이나 소스로 갈 사과라면 아쉬울 것이 없다.
- 사과는 낼 시점에 최대한 가깝게 썬다. 표면이 드러나는 순간 반응이 시작되니, 미리 썰어 두는 습관만 고쳐도 손이 훨씬 덜 간다.
- 반으로 자른 사과는 자른 면에 랩을 바짝 붙여 공기를 막는다. 그렇게만 해 둬도 꺼낼 때 자른 면이 훨씬 말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