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볶으면 왜 달아지나, 프라이팬 속 두 갈래 반응

나무 주걱과 함께 검은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다진 양파
사진: Dnor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생양파는 맵고 물기가 많다. 그런데 약한 불에 사십 분을 느긋하게 볶고 나면 같은 양파가 부드럽고 짙은 갈색이 되면서, 설탕을 한 술도 넣지 않았는데 놀랄 만큼 달아져 있다. 그 사십 분 동안 팬 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갈변은 하나가 아니라 둘

팬에서 벌어지는 일을 따라가기 전에 당 자체를 잠깐 보자.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설탕부터가 실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설탕(수크로스)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진 이당류다.1

이 요리의 이름은 열이 그 당에 일으키는 두 반응 중 하나에서 따왔는데, 다들 떠올리는 쪽인 캐러멜화는 갈색이 도는 일이면 전부 여기 해당하는 줄 알기 쉽지만 실제로는 훨씬 좁은 과정이다.

캐러멜화는 당의 열분해로, 아미노산이 필요 없으며 마이야르 반응과 구별된다.2

그러니 캐러멜화만 놓고 보면 약한 불에 올린 양파 팬이 좀처럼 닿지 못할 만큼 제법 높은 열이 필요한데, 그 문턱이 정확히 어디쯤일까.

설탕(수크로스)은 약 160~170도에서 캐러멜화되기 시작한다.3

양파 팬은 여기 한참 못 미치니, 양파가 아직 부드럽고 축축한 동안 다른 반응이 일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는 단서인 셈이다. 양파는 당만 팬에 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미노산도 같이 들이는데, 그 짝이 바로 다른 반응이 굴러가는 연료다.

마이야르 반응은 아미노산과 환원당 사이의 갈변 반응으로 수백 가지 향미 화합물을 생성한다.4

그러니까 그 갈색과 감칠맛 도는 깊이는 대부분 마이야르 쪽 몫이고, 진짜 캐러멜화는 팬이 충분히 뜨거워지는 막바지에 힘을 보탠다. 단맛 자체는 매운 날것의 기운이 볶여 사라진 뒤 앞으로 나서는 양파 자신의 당이고, 두 반응은 그 바탕 위에 풍미를 겹겹이 쌓는 셈이다.

팬 앞에서 할 일

두 반응이 함께 걸려 있으니, 풍미를 다스리는 길은 한순간의 갈변을 좇는 것이 아니라 불과 인내를 조절하는 데 있다.

이 글의 근거
  1. 1. 수크로스: 포도당과 과당
  2. 2. 캐러멜화와 마이야르의 차이
  3. 3. 설탕은 약 160도에서 캐러멜화된다
  4. 4. 마이야르 반응이란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