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얼음 만드는 법: 용질이 밀려나는 원리

뿌연 얼음은 더러운 물이 아니라 갇힌 물질이다. 물은 얼면서 녹아 있던 것들을 결정 밖으로 밀어내니 먼저 어는 쪽은 맑게 나오고 밀려난 것은 마지막에 어는 자리에 쌓이는데, 그 마지막 자리를 버릴 수 있는 곳에 만들어 두면 손에 남는 큐브는 투명해진다.
얼음이 물질을 걸러내는 이유
이 걸러냄은 바에서 쓰는 요령이 아니라 자라나는 얼음 결정이 어디서나 하는 일이고,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물이 얼 때 녹아 있던 물질은 자라나는 얼음 결정에서 대부분 배제되어 남은 액체 속에 남는다. 해빙에서는 이것이 직접 관찰되는데, 형성되는 결정이 염분을 밀어내 얼음 자체는 거의 순수한 물이 되고 배제된 용질은 아래쪽 물에 농축된다. 이 같은 배제 원리에 따라, 먼저 어는 부분의 물은 뒤에 남는 농축된 액체보다 대체로 더 순수하다.1
가정용 얼음 트레이는 여섯 면이 한꺼번에 얼기 때문에 모든 면이 안쪽으로 밀어내고, 밀려난 물질은 가운데 말고는 갈 곳이 없다. 눈에 보이는 그 뿌연 부분이 곧 쌓인 더미이고, 자리는 마지막까지 액체였던 자리와 정확히 겹친다.
방법은 결국 한 문장
앞의 배제 원리를 트레이에 겹쳐 놓고 보면 방법이 거기서 따라 나온다. 열이 윗면으로만 빠져나갈 수 있다면 먼저 어는 쪽은 위가 되고, 자라나는 결정이 밀어낸 것들에게 남는 자리는 하나뿐이라 아직 얼지 않은 아래쪽 물로 내려간다.
그러면 바닥이 뿌연 층으로 마무리되고, 그 층은 잘라내면 그만이다. 이것이 방법의 전부이고, 냉동고에 넣은 아이스박스가 어떤 브랜드의 생수보다 나은 이유이기도 하다.
큰 투명 큐브는 잔도 바꾼다
사진이 잘 나오는 것 말고도 바에서 큰 큐브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데, 잔에 들어간 뒤에 하는 일이 아예 다르다.
얼음으로의 전도에 의한 열전달 속도는 접촉 표면적에 정비례한다. 크러시드 아이스는 같은 질량의 큰 큐브 하나보다 표면적이 훨씬 넓어 음료와 더 빠르게 열을 주고받으며, 전달된 그 열이 곧 얼음을 녹이는 열이므로 열 교환이 빠르다는 것은 더 빠른 냉각과 더 빠른 융해를 동시에 뜻한다. 표면적이 작은 큰 큐브 하나는 더 천천히 식히고 더 천천히 희석한다.2
큰 큐브 하나는 같은 물을 잘게 쪼갠 것보다 표면이 훨씬 좁아 천천히 식히고 천천히 묽힌다. 실용적인 대가가 바로 이것이라, 따랐을 때의 상태에 가까운 술을 더 오래 마시게 된다.
쫓지 않아도 되는 것 하나
더 좋은 얼음을 얻겠다고 냉동고 온도를 자주 만지게 되는데, 대체로 헛수고다.
얼음이 얼마나 차가운지는 얼음이 녹는다는 사실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가정용 냉동고에서 꺼낸 얼음은 섭씨 0도(화씨 32도)보다 차갑고, 이 영하의 얼음은 섭씨 0도를 향해 데워지는 동안 현열을 보태는데 얼음의 비열은 1킬로그램을 섭씨 1도 올리는 데 약 2090줄이 드는 정도이며, 이는 녹을 때 흡수되는 훨씬 큰 융해 잠열인 킬로그램당 334킬로줄에 더해지는 몫이다. 융해 항이 지배적이므로, 얼음의 시작 온도는 음료의 최종 온도에 작은 보정만을 준다.3
냉동고를 더 차게 둔다고 잔이 더 천천히 묽어지지는 않는다. 지렛대는 크기와 모양 쪽이고 온도 조절기 쪽이 아니다.
이번 주에 한 판 얼려 보기
첫 시도는 대개 절반쯤 성공하는데, 나쁜 신호가 아니라 좋은 신호다. 통의 어느 면이 아직 열을 내보내고 있는지를 알려 주기에 그렇다.
- 뚜껑을 덮지 않은 물통을 작은 아이스박스 안에 넣고 통째로 냉동고에 둔다.
- 위쪽 3분의 2가 얼고 바닥은 아직 물인 상태까지 기다린다. 대개 18시간에서 24시간 언저리다.
- 바닥에 남은 물은 따라 버린다. 밀려난 것들이 전부 거기로 갔다.
- 덩어리를 몇 분 밖에 두어 잘 깨지지 않게 한 다음, 톱니 칼로 큐브 크기로 자른다.
- 바닥이 아니라 옆면이 뿌옇게 나왔다면 그쪽으로도 열이 빠지고 있었다는 뜻이니, 그 면을 감싸고 다시 한다.
- 속까지 다 얼어 버렸다면 다음번에는 더 일찍 꺼낸다.
- 어차피 마시려던 잔에 하나 넣고,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