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류의 퓨젤 알코올은 어디서 오나
증류의 끝자락에서 받이통을 거두는 판단은 초류를 버리는 판단만큼 자주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런데 완성된 술의 끝맛을 무겁게 만드는 범인은 대개 이쪽에 있다. 먼저 말미에 무엇이 넘어오는지부터 본다.
말미에 몰리는 것들
증류 말미의 테일은 무거운 퓨젤 알코올과 기름지고 떫은 성분을 농축한다.1
초류가 가장 가벼운 것들의 유분이라면 후류는 그 반대다. 끓는점이 높아 늦게까지 남아 있던 무거운 성분들이 증류가 저물어서야 넘어온다. 그 대표가 퓨젤 알코올인데, 이 물질의 출생지는 스틸이 아니다.
출생지는 발효조다
퓨젤 알코올이라 불리는 고급 알코올은 효모의 아미노산 대사로 발효 중 생성되며 거칠고 용매 같은 맛을 낸다.2
효모가 당과 함께 아미노산도 다루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라, 발효를 거친 술덧에는 퓨젤 알코올이 이미 들어 있다. 증류는 그것을 만들지 않고 다만 말미에 몰아 준다. 그러니 후류 관리는 스틸 앞에서 시작되는 일이면서 동시에 발효 관리의 연장이기도 하다.
잔에서는 떫은 끝맛으로 드러난다
어린 증류식 쌀 소주의 거칠고 떫은 특성은 흔히 증류 중 넘어온 퓨젤 알코올과 콘제너 때문으로 여겨진다.3
갓 내린 증류식 소주가 목을 조이는 듯 거친 것은 이 성분들이 아직 그대로 있어서다. 후류를 넉넉히 받은 술일수록 이 인상이 짙어지고, 반대로 야무지게 끊은 술은 어려도 끝이 깨끗하다.
압력을 낮추면 오히려 늘어난다
퓨젤 알코올의 양은 컷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증류가 어떤 압력에서 돌아가느냐가 넘어오는 양 자체를 흔든다는 실측이 있다.
쌀을 원료로 한 증류주의 감압 증류에서 이소부탄올이나 이소아밀알코올 같은 분지쇄 퓨젤 알코올은 증류 압력과 음의 상관을 보여 압력을 낮출수록 증가하며, 압력을 약 0.2에서 0.4 atm까지 지나치게 낮추면 용매성 잡미가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4
감압이 무조건 순한 술을 만든다는 통념과 어긋나는 대목이라 흥미롭다. 압력을 지나치게 끌어내리면 분지쇄 퓨젤 쪽이 오히려 늘어나 용매 기운이 도드라진다. 후류 성분 관리는 컷 지점과 압력 설정이 함께 움직이는 두 변수 문제인 셈이다.
마시는 자리에서는 끝맛이 계기판이다. 삼킨 뒤에 남는 기름지고 조이는 감촉이 후류의 흔적이고, 그 흔적의 짙기가 그 집의 컷과 조건을 말해 준다.
- 화이트 스피릿을 삼킨 뒤 끝맛에 집중해 본다. 기름지고 떫은 감촉이 짙을수록 후류를 넉넉히 받은 술이다.
- 같은 증류식 소주의 어린 병과 숙성 병을 나란히 맛보고 거친 끝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한다.
- 감압 표기가 있는 소주나 쇼추에서 향의 가벼움과 끝맛의 깨끗함을 따로 평가해 본다. 둘은 같은 변수가 아니다.
- 떫은 끝맛이 강한 술은 하이볼처럼 희석되는 방식으로 마셔 보고 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