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류는 왜 통째로 버릴까

증류소 견학에서 가장 아까워 보이는 장면은 술이 처음 흘러나오는 순간 그것을 받지 않고 흘려보내는 대목이다. 기다린 끝에 나온 첫 줄기를 버리는 데는 화학의 순서가 있다. 초류 이야기는 끓는점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먼저 끓는 것이 먼저 넘어온다

증류는 에탄올이 물의 100도보다 낮은 78도에서 끓기 때문에 알코올을 농축한다.1

같은 원리가 에탄올보다 더 가벼운 성분에도 적용된다. 발효액 안에는 에탄올보다 휘발성이 강한 것들이 섞여 있고, 스틸이 데워지면 그쪽이 에탄올보다도 앞서 증기가 된다. 초류라는 유분은 그 서열이 만든 결과물이다.

증류 초반에 나오는 헤드는 휘발성 메탄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풍부해 버려진다.2

코를 대 보면 술이라기보다 용매에 가까운 냄새가 나는 구간이다. 증류자는 이 구간을 시간과 양과 향으로 가늠해 잘라낸다. 아깝다고 초류를 병에 섞으면 그 냄새가 완성된 술에 그대로 실린다.

냄새를 넘어 독성의 문제

냄새만의 문제라면 취향의 영역으로 남았을 것이다. 초류를 버리는 관행이 취향을 넘어서는 이유는 거기 몰리는 성분 하나의 성질 때문이다.

메탄올은 에탄올보다 독성이 강해, 증류자는 그것이 농축되는 헤드 유분을 버린다.3

탄소 하나 차이인 두 알코올이 몸 안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뤄진다. 그래서 초류 컷은 증류 공정에서 안전이 걸린 판단이 되고, 상업 증류소가 이 구간을 법규와 공정 관리 아래에서 처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량 성분에도 편이 갈린다

그런데 술의 개성 역시 미량 성분에서 온다고들 한다. 버리는 미량 성분과 남기는 미량 성분은 무엇이 다를까. 그 전체 집합에 붙은 이름부터 본다.

콘제너는 에탄올과 물 외의 미량 성분으로, 고급 알코올, 에스터, 알데하이드 등이 술의 풍미를 형성한다.4

초류에 몰리는 메탄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도 넓게 보면 이 집합에 속한다. 즉 증류자가 하는 일은 콘제너의 선별이다. 해가 되거나 날카로운 앞쪽을 잘라내고, 풍미가 되는 나머지를 골라 남긴다. 초류 컷은 그 선별의 첫 가위질이다.

이 글이 말해 주는 것과 아닌 것

이 글은 시판 증류주를 읽는 눈을 다룰 뿐, 자가 증류의 안내서가 못 된다. 증류 행위 자체가 관할마다 법규의 문제이고, 초류 컷은 훈련과 계측이 필요한 안전 판단이다.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버릴지는 이 글이 대신 정해 줄 수 없다.

이 글의 근거
  1. 1. 증류: 에탄올이 먼저 끓는다
  2. 2. 헤드: 휘발성이 강한 초류
  3. 3. 메탄올: 헤드를 버리는 이유
  4. 4. 콘제너: 술의 풍미를 만드는 미량 성분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