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두 장이 하는 일
주방 안전 규칙 중에 도마를 나눠 쓰라는 것만큼 자주 들리면서 자주 무시되는 것도 드물다. 닦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늘 따라붙는데, 이 규칙이 무엇을 끊으려는 것인지부터 보면 반문의 답도 같이 나온다.
문제는 이동 경로다
생고기 즙은 즉석 섭취 식품을 교차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도마와 조리도구를 분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도마 분리는 미국과 코덱스 식품위생 지침의 권고이지 오염 현상 자체의 성질이 아니다.1
생고기는 어차피 익힐 것이니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즙이 칼과 도마와 손을 거쳐, 더는 익히지 않을 음식으로 건너가는 경로다. 샐러드, 과일, 완성된 반찬처럼 불을 다시 거치지 않는 것들이 종착지가 될 때 경로가 완성된다.
건너간 것은 보이지 않는다
경로가 완성되어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인다. 그 지점을 지침이 정확히 적어 두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냉장 식품에 있는 세균을 두 계열로 나누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은 화씨 40도에서 140도 사이 위험 구간에서 빠르게 증식할 수 있으나 음식의 맛과 냄새, 겉모습은 대체로 바꾸지 않기 때문에 병원균이 있는지 사람이 알아챌 수 없다고 밝힌다.2
도마가 깨끗해 보인다는 관찰이 아무것도 보증하지 못하는 이유다. 병원균 계열은 맛도 냄새도 겉모습도 바꾸지 않으니, 관리는 절차에 걸려 있어야 한다. 도마 두 장은 그 절차를 물건으로 만든 것이다.
건너간 다음의 조건
옮겨 간 균이 실제 위해가 되는 데는 온도 조건이 낀다. 지침이 위험 구간이라 부르는 대역이 그것이다.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4~60도 사이에 두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는 위험 온도 구간에 놓인다. 4~60도라는 경계는 USDA 관례이고, FDA 푸드코드의 5~57도처럼 기관마다 구간을 다르게 잡는다.3
조리대 위 실온이 정확히 이 구간 한가운데다. 교차오염으로 균을 받은 샐러드가 상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균이 불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로 차단과 시간 관리가 한 세트로 묶인다.
실온에 두 시간 넘게 방치한 부패성 식품은 안전을 위해 폐기해야 한다. 이 두 시간 기준은 미국 USDA 지침이며, 같은 지침은 주변 온도가 32도를 넘으면 이를 한 시간으로 줄인다.4
경로를 끊는 일과 시계를 지키는 일 중 하나만 해서는 반쪽이다. 도마를 나눠도 샐러드를 반나절 상온에 두면 다른 문으로 같은 문제가 들어온다.
이 글이 말해 주는 것과 아닌 것
이 글은 경로와 조건의 원리를 다룰 뿐, 어제 그 도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판정하지 못한다. 지침 스스로 병원균은 관능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밝히니,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 겉모습을 근거로 안심하는 대신 해당 식품의 공식 지침에 따라 처리한다.
- 생고기와 해산물 전용 도마를 색으로 구분해 두고, 그대로 먹는 재료의 도마와 섞이지 않게 한다.
- 생고기를 만진 손과 칼은 다음 재료로 가기 전에 비누와 세제로 씻는다. 행주로 닦는 것은 세척이 아니다.
- 장 볼 때부터 생고기 포장을 비닐에 따로 담아 즙이 다른 식재료에 닿지 않게 한다.
- 냉장고에서는 생고기를 맨 아래 칸에 두어 즙이 아래로 떨어질 곳을 없앤다.
- 생고기를 담았던 접시에 익힌 고기를 다시 올리지 않는다. 구이 자리에서 가장 흔한 경로다.
- 그대로 먹는 음식은 상온에서 2시간, 더운 날은 1시간 안에 냉장으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