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넣었는데 왜 상할까

냉장은 세균 증식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것이고, 냉장 온도에서도 자라는 균이 따로 있다. 밀폐 용기에 담아 둔 것이 왜 상하느냐는 질문의 답이 사실상 이것이고, 공식 지침도 그렇게 적어 두었다.
아래 이야기가 전부 이 값을 전제로 하니, 설정 온도부터 본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냉장고를 화씨 40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설정해야 하고 그 온도를 냉장고용 온도계로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며, 화씨 40도를 넘는 온도에 2시간 넘게 둔 식품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다.1
뒷부분을 눈여겨볼 만하다. 온도계로 확인하라는 대목이다. 1에서 5까지 적힌 다이얼은 온도 표시가 아니고, 냉장고 안이 다이얼이 시사하는 자리에서 몇 도쯤 벗어나 있는 일도 드물지 않다.
차갑다고 증식이 멈추지는 않는다
먼저 눈에 띄는 쪽이고, 위에서 본 설정 온도 아래에서도 일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식품을 상하게 하고 불쾌한 냄새와 맛, 질감을 만드는 부패 세균이 냉장고처럼 낮은 온도에서도 자랄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식품에서 이상한 맛과 냄새가 나게 만든다고 밝힌다.2
냉장고 안쪽에서 나는 그 냄새가 이쪽이다. 그 온도에서 아예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하고 있으니, 냉장고 안의 시간도 여전히 시간으로 흐른다.
티를 내지 않는 쪽
두 번째 계열은 다르게 움직이고, 그 차이가 냄새를 계측기로 쓸 수 없는 이유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냉장 식품에 있는 세균을 두 계열로 나누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은 화씨 40도에서 140도 사이 위험 구간에서 빠르게 증식할 수 있으나 음식의 맛과 냄새, 겉모습은 대체로 바꾸지 않기 때문에 병원균이 있는지 사람이 알아챌 수 없다고 밝힌다.3
두 계열이 같은 균의 다른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냄새가 멀쩡한데 냄새를 바꾸지 않는 쪽을 품고 있을 수도 있고, 저녁을 망칠 뿐인 쪽 때문에 냄새가 날 수도 있다. 한쪽 관찰이 다른 쪽을 말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중 적어도 하나는 추위를 편하게 여긴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처럼 낮은 온도에서 잘 자라는 세균도 있어, 이런 세균이 있으면 냉장고 안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증식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다.4
처음 질문이 여기서 닫힌다. 제대로 도는 냉장고 안의 시간도 중립적인 보관이 아니라 느린 보관이고, 어떤 균에게는 그냥 보관으로 남는다.
시계가 빨리 도는 구간
냉장고는 느린 구간이다. 지침은 빠른 구간도 함께 적어 두는데, 이 대비가 있어야 밖에 두는 시간에 관한 규칙이 납득된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세균이 화씨 40~140도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 20분 만에 수가 두 배로 늘기도 한다고 밝히고, 식품을 냉장 밖에 2시간 넘게 두어서는 안 되며 기온이 화씨 90도를 넘으면 1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힌다.5
가장 빠를 때 두 배가 되는 데 20분이다. 두 시간 한도가 나온 셈법이 여기이고, 더운 날 그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이 말해 주는 것과 아닌 것
이 글은 보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룰 뿐, 특정한 통 하나를 판정하지 않는다. 지침 자체가 병원균은 맛과 냄새와 겉모습을 대체로 바꾸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니, 어떤 글도 어떤 사진도 그 음식이 어떤 상태인지 대신 판정해 줄 수 없다. 각 식품에 대한 공식 보관 시간과 온도 지침을 따르고, 지침이 폐기하라고 하면 폐기한다.
- 냉장고용 온도계를 넣고 눈으로 읽는다. 지침이 요구하는 것이 다이얼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확인이다.
- 자리를 몇 군데 바꿔 가며 다시 읽는다. 문 쪽 선반과 아래 칸 안쪽이 같은 온도인 경우는 드물다.
- 화씨 40도보다 높게 나오면 설정을 조정하고 다음 날 다시 확인한다.
- 무엇을 꺼낼지는 문을 닫고 정한다. 여는 횟수만큼 칸 전체가 데워진다.
- 남은 음식은 넣을 때 날짜를 적어 둔다. 나중의 판단이 기억이 아니라 라벨에서 나오게 된다.
- 냄새로 판단하는 대신 식품별로 공표된 보관 기간을 따르고, 폐기 시점에 대해서도 공식 지침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