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류·본류·후류, 증류자는 어디서 자를까

증류기 응축관에서 흘러나온 술을 받는 구리 그릇
사진: Tiago Antonio / Pexels (Pexels License)

포트 스틸에서 술이 내려오는 걸 지켜보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고 순서를 지켜 나오는데, 그 앞에 선 증류자는 내내 어디서 받고 어디서 뗄지를 재고 있다. 한 번의 증류는 셋으로 갈린다. 증류주 초류 본류 후류가 맑은 술과 거친 술을 가르는데, 그 순서는 제멋대로가 아니라 무엇이 언제 끓느냐를 그대로 따른다.

스틸은 애초에 무엇을 갈라내나

발효액은 대부분 물이고 거기에 알코올이 조금 녹아 있을 뿐인데, 열은 무슨 수로 그 둘을 갈라놓을까.

증류는 에탄올이 물의 100도보다 낮은 78도에서 끓기 때문에 알코올을 농축한다.1

끓는점이 낮은 게 에탄올만은 아니다. 유분을 굳이 나누는 이유도 거기서 나오는데, 정작 원하는 알코올보다 먼저 넘어오는 가장 휘발성 강한 부분을 증류자는 초류라 부른다.

증류 초반에 나오는 헤드는 휘발성 메탄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풍부해 버려진다.2

초류를 잘라내는 것은 풍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기 모이는 성분 하나가 뒤이어 나오는 에탄올보다 몸에 훨씬 가혹해서다.

메탄올은 에탄올보다 독성이 강해, 증류자는 그것이 농축되는 헤드 유분을 버린다.3

가운데는 남기고, 끝은 버린다

날카로운 초반 증기가 지나가고 나면 스틸은 비로소 가장 좋은 구간에 접어드는데, 증류자가 한 번의 증류 내내 붙잡으려고 기다린 대목이 여기서 나온다.

증류 중간 유분인 하트는 가장 깨끗한 에탄올과 가장 바람직한 향 성분을 담고 있다.4

증류가 저물고 온도가 오르면 술의 성격이 다시 바뀌면서 앞서 남아 있던 무겁고 기름진 성분이 그제야 넘어오는데, 증류자는 그 성분이 자리 잡기 전에 본류에서 손을 뗀다.

증류 말미의 테일은 무거운 퓨젤 알코올과 기름지고 떫은 성분을 농축한다.5

완성된 술은 결국 어디서 받기 시작해 어디서 멈추느냐로 정해진다. 어느 끝이든 욕심을 내면 거친 맛이 딸려 오고 너무 조심하면 수율이 떨어지니, 유분을 가르는 그 판단이 곧 솜씨다.

선반 위의 병에서 읽어 보기

유분을 확인하겠다고 스틸을 들일 필요는 없다. 증거는 이미 선반 위에 놓여 있어서, 완성된 몇 병이면 그 이치를 맛으로 따라갈 수 있다.

이 글의 근거
  1. 1. 증류: 에탄올이 먼저 끓는다
  2. 2. 헤드: 휘발성이 강한 초류
  3. 3. 메탄올: 헤드를 버리는 이유
  4. 4. 하트: 깨끗한 중류
  5. 5. 테일: 무겁고 거친 성분이 모이는 곳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