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어떻게 감칠맛을 만들까

콩 한 솥을 알맞은 곰팡이에 한 철 맡겨 두면 처음에는 없던 감칠맛이 배어난다. 간장과 미소된장, 피시 소스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그 맛은 어디선가 더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갇혀 있다가 풀려난 것인데, 단백질이야 애초부터 콩과 생선 안에 있었고 발효는 그 덩어리를 혀가 감칠맛으로 읽어낼 만큼 작은 조각으로 뜯어놓았다. 그 덩어리를 뜯어놓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시간이 단백질을 뜯어낸다
감칠맛에도 화학이 있는데 그 출발은 뜻밖에도 부서짐이라, 온전한 단백질과 핵산은 맛이 거의 없고 혀가 대답하는 쪽은 오히려 그 조각들이다.
발효와 숙성은 단백질과 핵산에서 유리 글루탐산과 뉴클레오타이드를 방출해 감칠맛을 형성한다.1
감칠맛의 보상은 더함이 아니라 허묾에서 오고, 허무는 일은 효소가 맡는다. 동아시아의 코지 발효에서 그 효소는 곰팡이 하나에서 통째로 나온다.
코지 곰팡이인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제는 아밀라아제와 프로테아제를 분비해 전분을 당으로,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2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쪽이 감칠맛에는 핵심인데, 그 단백질에서 풀려난 유리 글루탐산이 감칠맛을 쌓아서다. 이 일에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달을 주면 깊이는 계속 자란다.
같은 기전에서, 여러 소스가 나온다
간장은 그 느린 판본이라 풍미가 한꺼번에 오지 않고 긴 발효 동안 조금씩 쌓이는데, 얼마나 길어야 그 정도가 될까.
간장은 코지 효소와 내염성 미생물이 대두와 밀 단백질을 분해하는 수개월의 발효를 통해 풍미를 얻는다.3
콩을 생선으로 바꾸면 같은 염장 효소 분해가 제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한 성분으로 이름난 소스가 남는다.
피시 소스는 오랜 염장 발효 중 효소가 멸치 단백질을 분해하며 생성된 유리 글루탐산이 풍부하다.4
소금과 시간 아래 단백질이 잘려 나가는 하나의 기전이 겉으로는 전혀 닮지 않은 소스들 뒤에 앉아 있어서, 라벨에서 그 무늬를 읽으면 감칠맛의 무게가 어디서 올지 보인다. 한번 알아채고 나면 찬장이 달라 보인다. 제각각인 병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발상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된다.
내 부엌에서 확인하기
효소를 재촉할 수는 없어도 효소가 남긴 것은 맛볼 수 있다. 찬장 문만 열면 준비는 끝난다.
- 숙성이 짧은 간장과 오래 묵힌 간장을 나란히 맛본다. 오래 묵힌 쪽이 몇 달의 효소 작업이 풀어낸 유리 글루탐산을 더 품고 있다.
- 맛이 밋밋한 육수에는 피시 소스를 몇 방울씩 더한다. 유리 글루탐산이 감칠맛을 빠르게 끌어올리니 넘치기 쉬운데, 한 번에 붓지만 않으면 되돌릴 일도 없다.
- 소금만으로 부족하고 감칠맛의 깊이가 필요할 때는 코지 제품, 이를테면 미소된장·간장·아마자케를 집는다. 효소가 이미 분해를 마쳐 두었다.
- 이 발효에서 소금은 두 몫을 한다. 간을 하면서, 내염성 균이 일하는 동안 부패균을 막는다.
- 집에서 담근 발효가 싱겁게 느껴지면 대개 원인은 소금이 아니라 시간이다. 효소에는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 필요하니, 한 숟갈 떠먹어 보고 아직이면 뚜껑을 도로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