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의 숙성과 감칠맛: K값이 말하는 신선도

유산지 위에 놓인 참치 살코기 한 토막
사진: RDNE Stock project / Pexels (Pexels License)

수조에서 막 건져 접시에 오른 활어는 누가 봐도 가장 신선한 생선이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감칠맛 나는 생선은 아니다. 신선함이 전부일 것 같은 회 앞에서는 좀 이상하게 들리는 말인데, 생선의 감칠맛은 대체로 죽기 전이 아니라 죽은 뒤에 만들어지고 그 진행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신선도 과학은 숫자로까지 매긴다.

감칠맛은 죽은 뒤에 온다

그럼 그 감칠맛은 언제 생기는 걸까. 뚜렷한 분자가 하나 있는데, 생선이 숨을 거둔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분해의 사슬 끝에서 나타난다.

생선이 죽으면 근육의 ATP는 더 이상 재합성되지 못하고 ADP, AMP를 거쳐 이노신산(IMP)으로 차례로 분해되는데, IMP는 생선의 감칠맛을 내는 뉴클레오타이드이므로, 잠시 숙성한 생선이 잡은 즉시 먹는 생선보다 감칠맛이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1

감칠맛의 정점은 도살 순간에 박혀 있는 게 아니라 그보다 조금 뒤에 놓인 움직이는 과녁인데, 문제는 그 분해가 IMP에서 얌전히 멈춰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IMP가 이노신을 거쳐 하이포잔틴까지 더 분해되면 감칠맛 뉴클레오타이드는 사라지고 하이포잔틴이 쌓여 상한 생선의 쓴 이취를 더하므로, 감칠맛을 쌓는 숙성에는 풍미가 나빠지기 전까지의 상한이 있다.2

숙성은 결국 같은 경로 위에서 벌어지는 두 반응의 경주라, 하나가 감칠맛을 쌓아 올리는 동안 다른 하나는 그 자리를 쓴맛으로 바꿔 놓는다. 그러면 지금 이 생선은 어디쯤 와 있을까.

K값: 생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숫자

다행히 그 위치는 잴 수 있는데, 식품과학은 이걸 백분율 하나로 줄여 부른다.

K값은 ATP와 그 분해산물 전체 중에서 이노신과 하이포잔틴이 차지하는 백분율로 생선의 신선도를 나타내므로, K값이 낮으면 더 신선한 생선이고 K값이 올라가면 자가분해가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통용되는 신선도 기준은 K값 20퍼센트 미만을 매우 신선함, 50퍼센트 미만을 보통, 70퍼센트 초과를 신선하지 않음으로 본다.3

집에서 이 분석을 돌릴 일은 없으니 챙길 것은 개념 쪽인데, 신선함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상태가 아니라 곡선 위의 한 점이고 생선이 그 곡선을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는 손질과 보관이 바꾼다.

구간을 다루는 법

가장 큰 지렛대는 온도다. 미는 방향이 직관과 정반대라 처음 들으면 좀 당황스럽다.

광어를 도살 직후 빠르게 냉각하면 사후경직의 시작이 앞당겨지고 ATP 분해가 빨라져, 감칠맛 뉴클레오타이드인 IMP가 냉각된 살에서 더 빨리 쌓인다.4

이 결과는 그 연구가 다룬 광어에 한정되니, 보편 법칙이 아니라 하나의 실측 사례로 본다. 다만 감칠맛 뉴클레오타이드가 왜 생선 코너 너머 찬장 전체에서 쫓을 값어치가 있는지를 가리킨다.

감칠맛 뉴클레오타이드인 이노신산은 육류, 생선, 가쓰오부시 같은 가공품에 풍부하다.5

이 글의 근거
  1. 1. 사후 ATP에서 IMP로: 숙성회의 감칠맛
  2. 2. 숙성회의 한계: 하이포잔틴의 쓴맛
  3. 3. K값: 생선의 신선도 지표
  4. 4. 광어 급랭은 경직과 IMP를 앞당긴다
  5. 5. 이노신산은 어디에 많은가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