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황금비율이 매번 다른 이유: 얼음과 희석

따르는 비율과 마시는 비율은 같지 않다. 얼음은 잔에 들어 있는 내내 녹아 물을 보태니, 혀에 닿는 도수는 따른 비율에 얼음이 내어준 물을 더한 값이 되고, 그래서 남의 집 황금비율이 우리 집 잔에서는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
병에 적힌 도수는 출발점일 뿐인데, 그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재는 값인지부터 짚어 두는 편이 낫다.
술의 알코올 함량은 액체 중 에탄올의 백분율인 부피 기준 알코올 도수로 측정된다.1
이 술을 얼음 든 잔에 따르는 순간 그 퍼센트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정하는 것은 레시피 카드가 아니라 얼음이다.
얼음은 차가우라고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얼음을 그저 잔 속에 앉아 있는 차가운 덩어리로 여기기 쉽다. 물리 쪽 설명은 꽤 다르고, 두 그림 사이의 간격이 제법 크다.
얼음은 차가워서가 아니라 주로 녹으면서 음료를 식힌다. 얼음 1킬로그램(2.2파운드)이 녹을 때는 334킬로줄의 열을 흡수하는데, 이는 액체 상태의 물 1킬로그램을 섭씨 0도(화씨 32도)에서 섭씨 79.8도(화씨 176도)까지 데우는 데 필요한 열량과 같으며, 얼음은 상변화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온도는 오르지 않은 채 그 열을 빨아들인다. 그래서 적은 양의 얼음으로도 음료 온도가 크게 떨어진다.2
냉각의 거의 전부가 녹는 데서 나온다는 말은, 차게 하는 일과 묽어지는 일이 골라 담을 수 있는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사건을 양쪽에서 본 것에 가깝다.
얼음이 얼마나 차가운지는 얼음이 녹는다는 사실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가정용 냉동고에서 꺼낸 얼음은 섭씨 0도(화씨 32도)보다 차갑고, 이 영하의 얼음은 섭씨 0도를 향해 데워지는 동안 현열을 보태는데 얼음의 비열은 1킬로그램을 섭씨 1도 올리는 데 약 2090줄이 드는 정도이며, 이는 녹을 때 흡수되는 훨씬 큰 융해 잠열인 킬로그램당 334킬로줄에 더해지는 몫이다. 융해 항이 지배적이므로, 얼음의 시작 온도는 음료의 최종 온도에 작은 보정만을 준다.3
냉동고 온도를 더 낮춘다고 더 진한 잔이 나오지는 않는다. 눈금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얼음이 얼마나 빨리 녹을 수 있느냐 쪽이다.
모양이 속도를 정한다
큼직한 투명 큐브와 봉지에 든 조각 얼음의 차이가 취향 문제에서 변수 문제로 넘어가는 자리가 여기다.
얼음으로의 전도에 의한 열전달 속도는 접촉 표면적에 정비례한다. 크러시드 아이스는 같은 질량의 큰 큐브 하나보다 표면적이 훨씬 넓어 음료와 더 빠르게 열을 주고받으며, 전달된 그 열이 곧 얼음을 녹이는 열이므로 열 교환이 빠르다는 것은 더 빠른 냉각과 더 빠른 융해를 동시에 뜻한다. 표면적이 작은 큰 큐브 하나는 더 천천히 식히고 더 천천히 희석한다.4
큰 큐브 하나는 천천히 식히고 천천히 묽어지지만, 크러시드 아이스는 둘 다 빠르게 해치우니 같은 양을 따라도 조각 얼음 쪽이 더 이른 시점에 더 옅은 자리에 닿는다. 어느 쪽이 틀리지도 않고, 다만 잔을 비울 즈음 도착해 있는 지점이 서로 갈린다.
잔도 제 몫을 가져간다
아무도 세지 않는 세 번째 참가자가 잔 안에 있고, 이쪽은 첫 모금보다 먼저 제 몫을 챙긴다.
유리잔은 그 자체의 열용량을 가진다. 잔의 온도를 바꾸는 데 드는(또는 방출하는) 열은 질량, 비열, 온도 변화폭에 비례하며, 유리의 비열은 1킬로그램을 섭씨 1도 올리는 데 약 840줄이 드는 정도다. 따라서 상온의 잔은 더 차가운 음료와 열평형에 이르는 동안 음료에 열을 내어준다. 잔을 미리 차게 해두면 그 열이 먼저 제거되므로, 잔이 더 이상 음료와 얼음에서 열을 빼앗지 않는다.5
상온에 있던 잔은 누군가가 식혀 줘야 하고 그 누군가가 결국 얼음이다. 잔을 미리 차게 해 두면 그 열이 이미 사라진 뒤라, 얼음은 자기 몫을 음료에 쓸 수 있다.
내 비율 찾기
희석이 절반의 일을 하고 있는 이상, 믿을 만한 비율은 내 잔에 내 얼음을 넣고 직접 재어 본 값 하나로 좁혀진다. 저녁 한 번이면 나온다.
- 잔 하나, 얼음 형태 하나, 위스키 하나를 정해 두고 그 회차 내내 셋을 고정한다.
- 같은 얼음, 같은 채움으로 1 대 3과 1 대 4를 나란히 만든다.
- 만들자마자 한 번, 5분 뒤에 한 번, 10분 뒤에 한 번 맛본다.
- 처음에 어느 쪽이 진한지가 아니라 각각 나에게 가장 좋은 지점이 언제인지를 적는다.
- 큰 큐브 대신 크러시드 아이스로 같은 과정을 한 번 더 돌린다.
- 전부 밍밍하게 느껴진다면 잔이 따뜻했을 가능성이 크다. 잔을 차게 해서 다시 해 본다.
- 내가 실제로 가진 얼음에서 잘 맞았던 비율을 적어 두고, 만인의 숫자를 찾는 일은 그만두고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