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소금의 과학: 소금 농도가 김치 맛을 정하는 이유

배추와 고춧가루, 마늘, 그리고 소금을 다루는 조심스러운 손. 목록만 보면 영락없는 레시피인데, 그중 소금은 재료라기보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김치 소금 농도를 제대로 맞추면 통 안의 발효는 원하는 곳으로 곧장 향하고, 어긋나면 똑같은 배추 한 통이 물러 버리거나 아예 상한다. 소금 두어 줌이 어떻게 김치 한 통의 운명을 정하는 걸까.
소금이 진짜 하는 일
갓 뽑은 배추 겉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이 잔뜩 붙어 있는데, 그중 반가운 것도 조금 있지만 전혀 반갑지 않은 쪽이 훨씬 많다. 배추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이 소금 절임이고 발효는 그다음인데, 왜 순서가 그럴까.
발효 전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내염성 젖산균이 우세해지고 부패 미생물은 억제된다.1
소금은 간을 맞추는 만큼이나 배추에 붙은 균을 걸러낸다. 소금쯤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무리가 좁고 쓸모 있는 쪽이고, 그 뒤로 통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거의 다 그들의 몫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맡아 놓은 일이 하나 있다.
김치와 사워크라우트 같은 채소 발효는 당을 젖산으로 전환하는 젖산균에 의존한다.2
잘 익은 통을 열었을 때 코를 찌르는 그 시큼함의 정체가 여기 있다. 배추가 원래 품고 있던 당을 균이 먹고 남긴 것이라, 어디서 사다 넣은 신맛이 아니라 통 안에서 자란 신맛이다. 소금이 그 판을 얼마나 세게 기울여 주느냐는 결국 얼마나 넣었느냐로 정해진다.
2퍼센트와 3퍼센트 사이
일반적인 채소 발효는 젖산균이 우세하도록 약 2~3퍼센트의 소금 농도를 사용한다.3
너무 적으면 부패균이 발을 붙이고, 너무 많으면 그렇게 응원하던 젖산균마저 힘겨워한다. 전해 내려오는 값이 딱 떨어지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좁은 구간인 데는 까닭이 있다. 채소마다 품은 물과 당이 달라서 발효는 약간의 흔들림 정도야 눈감아 준다. 다만 어느 쪽으로든 크게 벗어나면 소금이 붙들고 있던 균형은 이내 무너진다. 소금이 이 자리를 맡는 것은 짠맛 말고도 하는 일이 있어서다.
소금은 수분활성도를 낮춰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을 제한함으로써 식품을 보존한다.4
자유수가 줄어들면 어떤 균이든 자랄 자리가 좁아지는데, 사람이 오래도록 고기와 생선을 소금에 절여 온 것도 정확히 같은 이치다. 발효 안에서는 그 압력이 부패균 쪽에 가장 무겁게 내려앉아, 소금을 견디는 균에게 자리를 비워 준다.
직접 담글 때
소금은 장식이 아니라 눈금을 맞추는 쪽에 가깝고, 그 눈금만 제대로 두면 나머지는 대체로 알아서 굴러간다. 어디에 맞춰 두면 되는지만 보자.
- 소금은 채소 무게의 약 2~3퍼센트를 겨냥하고, 눈대중 대신 저울로 잰다. 젖산균이 우세해지는 구간이 정말로 그만큼 좁다.
- 틀릴 거라면 짠 쪽으로 틀리는 편이 낫다. 덜 짜면 젖산균이 통을 산성으로 만들기 전에 부패균에게 문이 열린다.
- 너무 짜면 원하던 균까지 다 느려진다. 지나치게 짜서 멈춘 발효에 필요한 것은 소금이 아니라 시간, 아니면 물 약간이다.
- 채소는 국물 아래 늘 잠겨 있게 둔다. 공기에 드러난 면은 내염성 곰팡이와 부패균에게 유리한 자리다.
- 균이 당을 젖산으로 바꾸며 시큼함이 쌓이니, 익어 가는 대로 맛보다가 원하는 산미에 이르면 냉장고로 옮겨 속도를 늦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