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으로 볶음밥, 왜 위험할까: 볶음밥 증후군의 정체

어제저녁에 지어 상 위에 그대로 둔 밥이 아침에도 멀쩡해 보인다. 냄새도 괜찮고 어차피 기름에 볶을 거니까 괜찮겠거니 싶은데, 밥은 남은 음식 중에서도 유독 방치에 약한 축에 든다. 왜 하필 밥일까.
냄비를 견뎌내는 포자
밥에 따라붙는 이 위험에는 이름이 따로 있고, 다른 남은 음식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실온에 방치한 조리된 밥은 바실루스 세레우스 포자가 자라 독소를 생성할 수 있다.1
이 포자는 처음 밥을 지을 때의 열을 그대로 견뎌내고, 밥이 식어 자라기 좋은 온도로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다른 부패성 식품을 지배하는 것과 똑같은 온도 구간이라, 밥이라고 고기나 유제품의 규칙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4~60도 사이에 두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는 위험 온도 구간에 놓인다. 4~60도라는 경계는 USDA 관례이고, FDA 푸드코드의 5~57도처럼 기관마다 구간을 다르게 잡는다.2
그래서 밥을 식히는 시간은 고기나 유제품 못지않게 중요해진다. 그럼 얼마나 두면 늦은 걸까.
실온에 두 시간 넘게 방치한 부패성 식품은 안전을 위해 폐기해야 한다. 이 두 시간 기준은 미국 USDA 지침이며, 같은 지침은 주변 온도가 32도를 넘으면 이를 한 시간으로 줄인다.3
그 시간을 넘겼다면 뜨거운 팬으로 되살리려 들지 말고 놓아주는 쪽이 답이다. 김이 오르는 볶음밥 한 그릇은 보기에도 냄새로도 멀쩡한데, 바로 그래서 판단을 감각이 아니라 시계에 맡겨야 한다.
냉장고가 완전한 멈춤은 아니다
밥을 빨리 냉장고에 넣는 것은 옳은 습관인데, 냉장이 실제로 무엇을 벌어 주는지는 한 번쯤 알아 둘 만하다.
4도 이하 냉장은 대부분의 부패 및 병원성 세균 증식을 늦추지만 멈추지는 못한다. 4도라는 수치는 미국 지침의 냉장 목표인 화씨 40도이며, 다른 관할에서는 5도 이하로 정하기도 한다.4
냉장은 시계를 늦출 뿐 멈추지는 못하니, 며칠째 냉장고에 있던 밥이라면 무기한 통과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냄새 확인과 분명한 기한이 필요하다.
그래서 밥은 이렇게 둔다
매번 이 과학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도록, 손이 먼저 움직이는 습관으로 만들어 두면 편하다.
- 밥을 지은 직후 얕은 용기에 펼쳐 담는다. 깊게 쌓아 두면 가운데가 오래 따뜻하다.
- 조리 후 두 시간 안에 냉장고에 넣는다. 부엌이 더운 편이라면 더 서두른다.
- 냉장고를 4도 이하로 유지하고, 확실치 않다면 온도계로 확인한다.
- 데울 때는 표면만이 아니라 속까지 김이 오를 정도로 뜨겁게 데운다.
- 한 번 데운 밥은 다시 식혔다가 재가열하지 않는다.
- 나중에 먹으려고 넉넉히 지었다면, 큰 냄비 하나가 아니라 작은 용기 여러 개로 나눠 담는다. 양이 많으면 위험 온도 구간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 상온에 두 시간 넘게 방치된 밥은 냄새가 멀쩡해 보여도 버린다. 아깝지만 여기서는 버리는 쪽이 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