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버터, 티스푼 하나가 만드는 감칠맛

뜨거운 밥 위에든 갓 데친 채소 위에든 녹인 버터만 얹어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데, 거기에 연한 간장을 한 티스푼 휘저어 넣는 순간 저울이 한쪽으로 확 기운다. 한 숟가락이 통째로 감칠맛과 윤기로 차오르면서, 들인 수고에 견주면 미안할 만큼 만족스러운 맛이 된다. 일본 요리사들이 오래 아껴 온 쇼유버터인데, 겨우 한 스푼이 어떻게 맛을 이만큼까지 흔드는 걸까.
감칠맛은 어디서 오는가
짭짤한 충격은 간장에서 온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간장이 만들어지는 방식에서 오는데, 이 액체는 그저 소금 탄 물이 아니라 꽤 긴 발효를 통과해 나온 결과물이다.
간장은 코지 효소와 내염성 미생물이 대두와 밀 단백질을 분해하는 수개월의 발효를 통해 풍미를 얻는다.1
이 분해가 유리 아미노산을 대량으로 풀어놓는데, 그중 딱 하나가 감칠맛의 열쇠를 쥐고 있다.
유리 글루탐산은 감칠맛이라는 기본 맛의 주된 원천이다.2
간장 한 스푼은 사실상 농축된 글루탐산 한 방울이어서, 짭짤한 충격은 그 농도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다만 그 맛이 왜 입안 구석까지 고르게 퍼지고 오래 남는지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열쇠는 무엇에 녹여 쓰느냐에 있다.
지방이 맛을 실어 나른다
버터는 맛을 얹어 주기만 하는 맹물 같은 운반체가 아니라, 물도 소금도 못 하는 일을 입안에서 대신 해내는 재료다.
지방은 지용성 향 성분을 녹여 운반하며 풍미를 입안 전체에 퍼뜨린다.3
지방이 혀를 얇게 감싸 맛을 붙들어 두는 덕분에 간장버터는 한 입 넘긴 뒤에도 쉽게 씻겨 나가지 않고, 감칠맛도 그저 짭짤한 맛에서 멈추지 않는다.
감칠맛은 침 분비를 늘리고 음식의 풍부함과 입안 가득한 느낌을 높인다.4
간장버터가 단순히 짠 지방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입에 침이 고이고 풍부하고 꽉 찬 감각까지 함께 오고 거기에 간장이 데려온 소금도 제 몫을 보탠다.
소금은 쓴맛의 지각을 억제하고 다른 풍미를 돋운다.5
소금이 곁의 풍미를 돋우는 동안 지방은 감칠맛을 입안 전체로 퍼뜨리고, 두 힘은 한 숟가락 안에서 겹쳐 동시에 작동한다. 그래서 겨우 한 티스푼이다.
두 접시로 직접 비교하기
버터는 유화 상태라 센 열에 약하니 아래 과정에서는 내내 약불을 지킨다. 나머지는 단순하다. 버터만 쓴 접시와 간장을 더한 접시를 다른 조건 없이 나란히 놓고 맛본 뒤, 판단은 혀에 맡기면 된다.
- 맨밥이나 데친 녹색 채소처럼 중립적인 베이스를 두 접시에 똑같이 담는다. 베이스가 버터의 맛과 다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 접시마다 버터 30g을 약불에서 살살 녹여 유화가 깨지지 않게 한다. 조금 분리돼도 불에서 내려 저어 주면 대개 돌아온다.
- A 접시는 녹인 버터만으로 간을 맞춰 대조군으로 둔다.
- B 접시는 녹인 버터에 연한 간장 1티스푼을 넣고 매끄럽게 유화될 때까지 휘젓는다.
- 두 접시를 나란히 맛보며 감칠맛의 깊이, 짠맛의 균형, 향이 얼마나 길게 남는지를 살핀다.
- 반복할 때마다 간장을 반 티스푼씩 조절해 가며 선호하는 비율을 기록한다. 쓰는 간장의 짠맛에 따라 적정량이 달라지는데, 밥 한 술을 그 비율로 비벼 입에 넣어 보면 어느 쪽이 내 밥상인지 금방 갈린다.
이 글의 근거
- 1. 간장: 수개월의 효소 분해 ↩
- 2. 글루탐산이 곧 감칠맛 · Pottier et al., *Ribonucleotides differentially modulate oral glutamate detection thresholds* · Molecular mechanism for the umami taste synergism ↩
- 3. 풍미를 운반하는 지방 ↩
- 4. 감칠맛이 풍부함을 더한다 ↩
- 5. 소금이 쓴맛을 누른다 ↩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