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그리고 덜 흘리며 써는 법

도마 위에 통째로 놓인 양파는 냄새도 없고 눈에도 무해해서, 부엌을 가로질러 옮기고 껍질을 벗겨 도마에 얹는 동안까지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매운 기운은 칼이 들어간 뒤에야 찾아온다. 멀쩡하던 양파와 눈을 찌르는 양파 사이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다행히 눈물이 화학의 문제라면 해법도 화학에서 나오고, 할머니가 장담하던 요령들도 실은 그 반응의 한 대목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칼을 대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다
멀쩡한 통양파에는 눈물을 자아낼 장치가 없고, 눈을 찌르는 물질은 아직 그 안 어디에도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어딘가에서 조립되어야 한다. 칼이 지나간 자리에서 깨어나는 것이 무엇일까.
양파를 자르면 효소가 방출되어 눈을 자극하는 휘발성 황화합물이 생성된다.1
여기서 붙들어 둘 낱말은 효소와 휘발성, 딱 두 개다. 효소는 세포가 터져 열린 뒤에야 일을 시작하니 통째의 양파는 잠잠하고 잘게 다진 양파만 사납게 구는 것이고, 휘발성이라는 말은 그 산물이 도마에 얌전히 머물지 않고 얼굴 쪽으로 떠오른다는 뜻이다. 이 둘만 쥐고 있으면 해법은 거의 저절로 떠오른다. 깨질 때까지 화학을 잠가 두는 재료가 양파만인 것도 아니어서, 마늘도 놀랍도록 닮은 수를 쓴다.
마늘을 으깨면 효소가 활성화되어 매운 향의 원천인 알리신이 생성된다.2
두 경우 모두 매운 자극도 향도 통째의 채소 안에 미리 들어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효소를 깨우고 효소가 칼을 댄 바로 그 자리에서 그제야 만들어 낸다. 공략할 길도 그래서 둘로 갈린다. 반응을 늦춰 자극 물질을 덜 만들게 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것을 눈에 닿기 전에 떨어뜨리거나 둘 중 하나인데, 아래 단계도 그 두 갈래를 따라 말끔히 나뉜다.
눈물을 덜며 썰기
아래 어느 단계도 반응을 아예 멈추지는 못하는 대신, 저마다 반응을 늦추거나 이미 떠오른 화합물을 얼굴에서 멀리 실어 간다. 완벽한 한 수가 없어서 여러 개가 나란히 놓인다.
- 잘 드는 칼을 쓴다. 무딘 칼은 세포를 으깨며 지나가는데, 잘 드는 칼은 덜 으깨는 만큼 자극 물질도 덜 낸다.
- 썰기 전에 양파를 냉장고에 넣어 차게 둔다. 차가운 양파는 휘발 성분을 더 천천히 내보내니, 다른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넣어 두기만 해도 값을 한다.
- 켜 둔 레인지 후드나 열린 창 가까이에서 썬다. 바람이 화합물을 눈에서 멀리 실어 가 준다.
- 뿌리 쪽 끝은 마지막까지 남겨 두고, 처음에는 그쪽을 관통하지 말고 향해 썬다. 처음엔 어색해도 금세 손에 붙는다.
- 중간중간 양파와 도마를 헹군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얼마간 씻어 내는 일이라, 눈이 시려 오고 나서 헹궈도 늦지 않다.
- 양파를 한 번에 많이 썰 때는 안경이나 고글을 쓴다. 증기를 눈에서 직접 막아 주니, 눈물 없이 썬 양파가 팬에서 노릇해지는 것까지 지켜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