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거 먹고 물을 마셔도 왜 소용이 없을까, 지방과 단맛의 화학

흰 배경에 나란히 놓인 붉은 고추 세 개
사진: Oscar Helgstrand / Pexels (Pexels License)

떡볶이 한 입에 입안이 불타오르면 손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물컵인데,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면 잠깐 시원할 뿐 매운 기운은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다. 물은 왜 이렇게까지 무력할까. 정작 도움이 되는 것은 우유 한 모금이나 요구르트 한 술 같은 기름진 쪽과 약간의 단맛이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 신호다

매운맛은 단맛이나 짠맛처럼 혀가 읽어 내는 맛의 목록에 아예 이름이 없는데, 그렇다면 고추를 씹었을 때 입안에 번지는 그 감각의 정체는 무엇일까.

고추의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 신호다. 캡사이신은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의 TRPV1 이온 채널에 결합해 채널을 열고, 나트륨과 칼슘이 흘러 들어가 신경을 탈분극시켜 타는 듯한 감각을 일으키는데, 이 채널은 유해한 열이 활성화하는 채널과 같다.1

몸은 데지도 않았는데 데었다고 보고한다. 찬물 한 모금이 과녁을 빗나가는 이유도 여기서 드러나고, 불을 끄려면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신경에 달라붙은 그 분자를 실제로 떼어 내야 한다.

캡사이신은 지용성이 강하고 물에는 거의 녹지 않아, 물로 헹궈도 TRPV1 수용체에서 씻겨 나가지 않는 반면 기름진 음식은 이를 녹여 실어 낸다.2

우유 한 모금이 물보다 나은 것도 이 때문인데, 물은 아무리 들이켜도 매운 분자 곁을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지방의 이런 성질이 매운맛에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지방은 지용성 향 성분을 녹여 운반하며 풍미를 입안 전체에 퍼뜨린다.3

약간의 단맛도 도움이 되는 이유

지방이 매운 분자를 데리고 나가는 쪽이라면, 단맛은 어느 쪽을 건드리는 걸까.

단맛을 더하면 지각되는 고추의 화끈함이 측정 가능한 만큼 줄어드는데, 이는 설탕이 캡사이신을 화학적으로 중화해서가 아니라 단맛 신호가 통증 전달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4

설탕이 캡사이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화끈함이 얼마나 세게 느껴지는지를 눅여 준다는 대목이 중요한데, 지방과는 겨누는 자리가 아예 다르다. 지방은 분자를 데리고 나가고, 단맛은 소리를 줄인다.

집에서 매운맛 가라앉히기

아래 단계는 물컵 대신 지방과 단맛 쪽으로 손을 옮긴다.

이 글의 근거
  1. 1. 매운맛은 통증이다: 캡사이신과 TRPV1
  2. 2. 매운맛에 물이 소용없는 이유
  3. 3. 풍미를 운반하는 지방
  4. 4. 단맛이 매운맛을 눅인다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