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와 파르메산은 왜 늘 붙어 다닐까

피자 위에서, 파스타 한 그릇에서, 카프레제 샐러드와 가지 요리 속에서 토마토와 파르메산은 너무 자주 붙어 다녀서 오히려 그 존재를 잊기 쉽다. 그저 상식처럼 느껴지는 조합이다. 왜 하필 이 둘일까.
각자가 품은 글루탐산
잘 익은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맛 너머로 어딘가 묵직한 것이 걸리는데, 과일에서 그런 맛이 난다는 게 새삼 이상하다.
잘 익은 토마토는 유리 글루탐산의 상당한 식물성 공급원이다.1
토마토가 과일보다 조미료에 가깝게 굴러가는 것도 이 때문인데, 여기에 같은 축의 반대편 끝에 선 재료를 하나 붙여 보자. 이번에는 과일이 아니라 치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유리 글루탐산 함량이 가장 높은 치즈 중 하나다.2
오랜 숙성 동안 단백질이 잘게 분해되며 유리 글루탐산으로 바뀌니, 파르메산을 갈아 뿌리는 손짓은 사실상 농축된 감칠맛을 한 겹 얹는다. 토마토와 파르메산을 한 접시에 올리면 부엌에서 가장 강력한 글루탐산 공급원 둘이 겹쳐 쌓인다. 겹치는 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이 균형을 잡는 방식
토마토에는 감칠맛 말고도 파르메산이 갖지 못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게 무엇일까.
소량의 산은 풍미를 살리고 요리의 기름진 맛, 짠맛, 단맛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3
토마토의 산미가 파르메산의 짠맛과 기름진 무게를 가라앉지 않게 붙들어 주는데, 이 조합을 떠받치는 축은 그것 말고도 하나 더 있다.
지배적인 향 성분을 공유하는 식재료는 잘 어울린다고 여겨지며, 이는 서로 다른 요리를 잇는 데 쓰이는 원리다.4
토마토와 파르메산이 이토록 자주 그리고 이토록 자연스럽게 한 접시에 오르는 데는 여러 층위가 동시에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감칠맛의 겹침, 산이 잡아 주는 균형, 그리고 향의 친연성.
오븐에서 직접 확인하기
아래 실험은 치즈가 실제로 무엇을 보태는지를 따로 떼어 보여 준다. 관건은 로스팅인데, 은은한 열이 수분을 날리며 토마토의 글루탐산을 농축시키고 그만큼 감칠맛의 대비도 선명해진다.
- 잘 익은 토마토를 슬라이스해 베이킹 트레이에 한 겹으로 펼친다. 찌지 않고 로스팅되게 하기 위해서다.
- 절반에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갈아 얹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것도 얹지 않은 대조군으로 둔다. 치즈만 유일한 변수로 남기기 위해서다.
- 200도 오븐에서 굽는다. 수분을 충분히 날리고 토마토의 감칠맛을 농축시킬 만큼 뜨거운 온도다.
- 치즈가 노릇해지고 토마토가 부드러워지면 트레이를 꺼낸다. 타이머보다 눈이 정확하다.
- 치즈를 얹지 않은 조각과 얹은 조각을 나란히 맛본다.
- 각 조각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의 세기를 기록한다. 숫자가 아니라 인상만 적어도 충분하다.
- 절인 햄이나 말린 버섯처럼 이노신산이 풍부한 재료를 한쪽에 더해 반복하면, 감칠맛이 한층 살아나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다.
- 배치마다 치즈와 토마토의 비율을 바꿔 가며 가장 균형 잡힌 지점을 기록한다. 그날 제일 나았던 조합은 다음번 파스타 위로 그대로 옮겨 가면 된다.
이 글의 근거
- 1. 토마토: 글루탐산의 공급원 ↩
- 2.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글루탐산 중심의 페어링 기준점 ↩
- 3. 산은 맛을 살리고 균형을 잡는다 ↩
- 4. 공유된 향으로 페어링하기 · Flavor network and the principles of food pairing ↩
외부 링크가 없는 사실은 R&Dish가 검수한 코퍼스(교과서 수준의 식품과학)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