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육즙은 언제 빠질까: 온도 계단으로 보는 법

육즙은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밟아 빠지고, 그 단계마다 붙어 있는 것은 타이머의 몇 분이 아니라 온도다. 섭씨 64도쯤을 넘어서면 고기를 감싼 결합조직이 본격적으로 물을 짜내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계단 전체에서 가장 크게 딛는 한 칸이다.
이 대목에서 애꿎게 자주 지목당하는 것이 시어링이라, 계단을 오르기 전에 그 이야기부터 정리하고 간다.
고기를 시어링하면 갈변으로 풍미가 생기지만 육즙을 가두지는 못한다.1
겉면의 크러스트가 하는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 다만 그 일이 무언가를 가둬 두는 쪽은 아니라는 뜻이다. 고기에서 빠져나가는 물은 속에서 열이 벌이는 일 때문에 빠져나가니, 남는 질문은 언제냐 하나다.
첫 칸, 섬유가 조여진다
겉보기에 아직 다 익지도 않은 시점에 근육은 이미 한참 움직이고 있다. 온도가 오르는 동안 섬유가 옆으로 얼마나 당겨지는지를 잰 연구가 있는데, 그 움직임의 대부분은 생각보다 이른 자리에서 끝나 있었다.
같은 연구는 수축을 두 방향으로 나눠 재고, 섬유에 수직인 횡수축은 육면체가 섭씨 50도에 도달한 시점에 이미 18~22퍼센트로 대부분 끝나 있었다고 근육 세 종류 모두에서 보고한다. 대퇴이두근과 반건양근은 50도보다 70도에서 섬유를 가로질러 더 수축했고 그다음 멈춰 80도에서는 추가 수축이 없었다. 안심은 60도를 지나며 방향을 되돌려 50도에서 60도 구간에는 횡수축이 커졌다가 70도와 80도에서 다시 줄었고, 그 결과 온도 구간 위쪽에서는 셋 중 섬유를 가로지르는 수축이 가장 작았다.2
50도면 레어다. 미디엄 레어로 익은 스테이크는 섬유가 옆으로 당겨지는 일을 이미 거의 끝낸 상태인데도 접시 위에서는 여전히 촉촉하고, 그렇다면 손실을 그 위로 더 밀어 올리는 무언가가 따로 있다는 뜻이 된다.
큰 칸, 콜라겐이 짜낸다
그 따로 있는 것이 섬유를 감싸고 섬유 사이를 메우는 결합조직이고, 여기에는 자기만의 온도가 붙어 있다.
근육 콜라겐은 약 60~65도에서 수축하며 육즙을 짜낸 뒤 서서히 젤라틴화된다.3
셈이 달라지는 칸이 바로 여기이고, 조리 손실을 온도 구간별로 훑은 한 연구는 곡선이 꺾이는 자리에 숫자를 붙여 두었다.
조리 온도를 섭씨 52.5도에서 60도로 올리면 근섬유에서 수분이 점점 빠르게 빠져나가지만 전체적인 수축은 아직 없고, 64도에서 94도로 익히면 근내막, 근주막, 근외막 콜라겐이 열수축하면서 조리 손실이 커지며, 오래 익히면 콜라겐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젤라틴화해 고기가 부드럽고 연해진다.4
그 구간 아래에서는 수분이 완만하게 빠지지만, 그 위로 올라가면 감싸고 있던 조직 자체가 수축하며 짜내기 때문에, 웰던까지 올린 스테이크는 미디엄과 다른 종류의 퍽퍽함을 낸다. 대신 그 온도에 오래 붙들어 두면 같은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풀어지는데, 브레이즈라는 조리법이 딛고 선 자리가 정확히 여기다.
아무도 안 세는 칸, 숙성
팬에 올리기도 전에 이미 정해지는 변수가 하나 더 있고, 이 변수는 육즙을 예상과 다른 쪽으로 민다.
반건양근과 대퇴이두근, 안심을 다룬 같은 연구에서 섭씨 2도로 14일 숙성한 시료는 모든 근육에서 전단력이 낮아졌고, 동시에 사후 1일 시점에 조리한 같은 근육보다 가열 손실이 3퍼센트 더 컸다. 이 3퍼센트 차이는 근육 세 종류와 그 연구가 쓴 조리 온도 네 구간 전부에서 유지됐다. 숙성은 보통 연화 공정으로 소개되고 그 실험에서도 실제로 연해졌지만, 수율은 같은 시간에 반대로 움직였다.5
숙성한 고기는 씹기 편해지는 대신 그 길에서 조금 더 내어놓는다. 결함이라기보다 교환이고, 교환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애먼 팬을 탓하지 않게 된다.
계단을 직접 올라 보기
이 계단 전체는 심부 온도계와 주방 저울만 있으면 눈으로 읽히고, 재어 본 쪽이 짐작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인상을 회차끼리 비교할 수 있는 숫자로 바꿔 주는 것이 결국 저울이다.
- 스테이크 한 덩이를 두께가 비슷한 세 조각으로 잘라 부위와 개체를 고정한다.
- 열 근처에 가기 전에 조각마다 생고기 무게를 재서 적어 둔다.
- 시간이 아니라 심부 온도계를 보면서 각각 섭씨 50도, 60도, 70도까지 익힌다.
- 셋 다 같은 시간만큼 레스팅한 뒤 무게를 다시 잰다.
- 조각별로 생고기 무게 대비 몇 퍼센트가 줄었는지 계산한다.
- 50도에서 60도로 가는 폭과 60도에서 70도로 가는 폭을 견줘 본다. 뒤쪽 폭이 더 벌어져야 맞다.
- 숫자가 지저분하게 나와도 첫 회차에는 흔한 일이다. 두께와 온도계 꽂은 자리가 무엇보다 크게 흔드니, 결론을 내기 전에 더 두꺼운 조각으로 한 번 더 해 본다.
- 그다음에는 셋을 나란히 놓고 먹어 본다. 질감 차이가 계산보다 훨씬 세게 남는다.